칼럼

[칼럼]“30분 빨리 출근하라”는 회사, 왜 우리는 지각하지 못하나

우진 세상살이 2026. 4. 30. 17:21

“30분 빨리 출근하라”는 회사, 왜 우리는 지각하지 못하나


요즘은 “30분 빨리 출근하시라”는 회사 안내문이 신문 여론란보다 더 자주 눈에 띈다.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출처 :  의협신문(http://www.doctorsnews.co.kr)


회의 시작 30분 전에 자리에 앉아 있으면, 팀장은 “준비 태도 좋다”고 말하고, 늦게 들어오면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한다. 같은 시간인데, 단어 하나 차이로 사람의 평가가 완전히 변한다.
근데 정작 이 회사들의 9시 30분 회의는 10시가 되어서야 막을 연다. 누군가는 커피를 사러 나가고, 누군가는 화면 공유를 만지작거리며 입장만 확인한다. 그렇게 20분이 흘렀을 때야 “이제 시작해 볼까요?”라고 말한다.

우리는 5분 만으로도 “지각”을 따지는 회사에서, 20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허비하는 구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시간 개념 부족’이 아니라, 시간의 ‘가치’가 누가 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퇴근은 한 분 한 분이 카운트되는 시간표지만, 회의는 누가 제일 늦게 왔느냐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시간 막이다. 직원은 9시 25분에 자리에 앉아야 효율적인 직원이지만, 리더는 10시에 들어와도 “바쁜 일 많다”는 말 한 마디면 면죄부를 얻는다.

우리가 진짜 지각하는 것은, 시간표가 아니라 규칙이다.
애초에 회의가 9시 30분에 시작될 것 같지 않다면, 9시에 지각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허세에 가깝다.

차라리 “회의는 10시에 시작합니다. 9시 30분에 오시면, 첫 10분은 준비해 주세요”라고 공지하면, 사람들은 마음도 편하고 시간도 정확하게 쓸 수 있다.

회사가 30분을 단순한 ‘기준’이 아니라, ‘규칙’과 ‘문화’로 바꾸려면, 우선 “지각”이 누구에게만 적용되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게 좋다.

아니, 그러지 못해도 최소한 회의실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는—
모바일 알람처럼 울려대는 지각 감시는 잠시 꺼두는 게, 더 효율적인 ‘시간 관리’일지도 모른다.